조선업을 떠올리면 대형 상선이 먼저 떠오릅니다. LNG운반선과 원유운반선처럼 에너지 공급망을 움직이는 배들이 조선사의 실적을 좌우합니다. 한화오션도 예외는 아닙니다. 올해 1분기 실적 개선의 바탕에는 고선가 선박과 LNG운반선 중심의 수익 구조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화오션을 다시 보게 만드는 것은 상선만이 아닙니다.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미 해군 MRO,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으로 이어지는 특수선 사업이 한화오션의 다음 무대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한화오션은 한화그룹 편입 이후 상선 중심 조선사에서 해양 방산 계열사로 역할을 넓히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최근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제안서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 한화그룹의 미국 차세대 군수지원함(NGLS) 프로그램 참여 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화오션의 현재 실적을 떠받치는 것은 LNG운반선 등 고부가 상선입니다. 하지만 시장이 한화오션을 다시 보는 이유는 특수선과 잠수함, 미 해군 MRO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상선이 현재의 체력을 보여준다면 함정과 잠수함은 앞으로 한화오션이 어떤 회사로 평가받을지 가르는 영역입니다.
한화오션 미래형 구축함.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KDDX 평가 1위… 수상함 경쟁력 시험대
한화오션의 변화는 최근 KDDX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다시 나타났습니다. 방위사업청의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제안서 평가 결과 한화오션은 최종점수 93.9542점을 받아 93.3675점을 기록한 HD현대중공업을 앞섰습니다. 점수 차는 0.5867점입니다.
KDDX는 6000t급 한국형 차기 구축함 6척을 국내 기술로 확보하는 총사업비 약 7조8000억 원 규모의 사업입니다. 이번 입찰은 이 가운데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 사업자를 정하는 절차입니다. 선체와 전투체계, 통합마스트 등 주요 체계를 국내 기술로 개발·적용한다는 점에서 국내 해군 수상함 기술의 다음 단계를 가를 사업으로 꼽힙니다.
이번 평가에서는 HD현대중공업에 적용된 보안감점이 최종 순위를 갈랐습니다. 기술능력평가에서는 HD현대중공업이 73.2383점을 받아 한화오션의 72.5958점보다 0.6425점 앞섰습니다. 그러나 과거 군사기밀 불법 취득 사건에 따른 1.2점의 보안감점 등이 반영되면서 한화오션이 역전했습니다.
보안감점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지만 한화오션의 기술력이 부족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HD현대중공업은 KDDX 기본설계를 직접 수행하며 수년간 관련 설계 경험과 자료를 축적한 업체입니다. 그럼에도 한화오션과의 기술능력평가 점수 차이는 1점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한화오션 KDDX 차세대 구축함 조감도. 한화오션 제공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2012년부터 2015년까지 한화오션의 전신인 대우조선해양이 작성한 KDDX 개념설계 자료 등을 불법 취득해 내부망에 공유한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점도 빼놓기 어렵습니다. 기본설계 수행 경험과 관련 자료 축적이라는 조건을 고려하면 한화오션이 기술평가에서 근소한 차이로 경쟁한 것 자체가 양사의 함정 설계·건조 역량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해석입니다.
한화오션이 우선협상대상자로 공식 선정되고 후속 절차를 거쳐 최종 계약을 체결하면 대우조선해양 시절 수행한 개념설계를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로 연결하게 됩니다. 잠수함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수상함 사업에서도 설계부터 건조, 후속 군수지원까지 실적을 쌓을 기회를 확보하는 셈입니다.
다만 HD현대중공업이 보안감점 연장 적용을 막아달라며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데 불복해 항고한 만큼 법적 변수는 남아 있습니다. 향후 사업자 선정과 계약, 실제 사업 수행 결과는 한화오션의 수상함 설계·건조 능력과 후속함 및 해외 함정 수출 경쟁력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전망입니다.
한화오션 무인수상정 콘셉트.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상선으로 체력 회복한 한화오션, 특수선으로 다음 시장 겨냥
한화오션의 현재 실적을 설명하는 가장 큰 축은 여전히 상선입니다. 한화오션은 2026년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3조2099억 원, 영업이익 4411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 늘었고 영업이익은 70.6% 증가했습니다. 순이익은 5000억 원으로 131.8% 늘었습니다. 한화오션 측은 고선가 프로젝트와 LNG운반선 중심의 수익 구조가 상선사업부의 매출과 수익성 개선을 이끌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수주 데이터도 상선 부문의 비중을 보여줍니다. 한화오션은 올해 1분기 LNG운반선 4척,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7척, 해상풍력발전기 설치선(WTIV) 1척 등 총 12척, 24억5000만 달러 규모의 신규 수주를 확보했습니다. 2026년 3월 말 기준 수주잔고도 35조4000억 원 수준으로, 약 3년치 일감에 해당하는 물량을 확보한 상태입니다.
‘레브레사(LEBRETHAH)’호 운항 모습. 한화오션 제공LNG운반선은 대표적인 고부가 선박으로 꼽힙니다. 선박 가격이 높고 건조 난도가 큰 만큼 조선사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도 큽니다. 최근 조선업황 회복 국면에서 국내 조선사들이 LNG선과 친환경 선박을 중심으로 선별 수주에 나선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한화오션의 사업을 나눠 보면 상선과 특수선의 역할은 다릅니다. 상선은 당장 실적을 떠받치는 기반입니다. LNG운반선과 초대형 원유운반선, 해상풍력발전기 설치선 등은 매출과 영업이익을 직접 만들어냅니다. 반면 특수선과 잠수함, MRO는 지금 당장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보다 한화오션의 미래 가치를 설명하는 영역입니다.
한화그룹 내에서 한화오션에 기대하는 역할도 여기서 갈립니다. 조선업황 회복은 한화오션의 재무적 체력을 되살리는 요인입니다. 그러나 그룹 차원에서는 한화오션이 상선 회사로만 남는 것보다 해양 방산과 에너지 운송을 함께 담당하는 계열사로 자리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화오션 美 군함 MRO. 한화오션 제공KDDX에서 미 해군 MRO까지… 국내 함정 넘어 북미 시장으로
해외 사업 가운데 먼저 성과가 나온 분야는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입니다. MRO는 Maintenance, Repair and Overhaul의 약자로 함정의 정기 점검과 수리, 부품 교체, 성능 유지 작업을 포괄합니다. 함정은 건조 이후 수십 년간 운용되는 만큼 조선사에는 생애주기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미 해군 MRO는 단일 정비 일감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미국 해군은 전 세계에서 함정을 운용하고 있지만 미국 내 조선·정비 인프라는 수요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특히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작전하는 함정이 정비를 위해 미국 본토까지 이동하면 운용 공백과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화오션은 이 시장에서 한국 조선사 가운데 가장 먼저 실적을 쌓고 있습니다. 한화오션은 2024년 8월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 쉬라호 MRO를 수주했고, 2025년 3월 정비를 마친 뒤 미 해군에 인도했습니다. 월리 쉬라호는 거제사업장에서 약 6개월간 정기 정비를 받았습니다.
후속 수주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화오션은 2024년 11월 유콘호 정비 계약을 확보한 데 이어 2025년 7월에는 찰스 드루호 정비도 맡았습니다. 찰스 드루호는 약 4만1000t급 보급함으로 길이 약 210m, 폭 32m 규모입니다. 미 해군 7함대 소속 보급함 정비 경험이 이어지면서 한화오션은 미 해군 MRO 시장에서 실적을 축적하고 있습니다.
미국 시장에서는 한화그룹 차원의 함정 사업 참여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화디펜스USA와 한화필리조선소는 미국 함정·특수선 설계업체 바르드 마린 US의 하도급사로 미국 해군 차세대 군수지원함 프로그램의 개념설계 지원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NGLS로 불리며 경량 보급 유조함 사업으로도 설명됩니다.
한화오션의 직접 수주라기보다 한화그룹이 미국 내 조선 거점인 한화필리조선소를 통해 미 해군 함정 산업 생태계에 진입하는 성격이 강합니다. 한화는 한국 내 정비 역량과 미국 내 조선소 기반을 함께 활용하며 북미 해양 방산 시장 접점을 넓히고 있습니다.
한화오션 3600톤급 잠수함 장보고-Ⅲ 배치-Ⅱ.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캐나다 잠수함 수주전, 6월 말~7월 초 분수령
한화오션의 해외 방산 사업에서 당장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입니다. 업계와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캐나다 정부가 이르면 이달 말에서 7월 초 사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수주전이 사실상 막바지에 접어든 셈입니다.
캐나다 정부는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와 한국 한화오션을 CPSP의 최종 후보로 선정해 양사의 제안서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최종 계약은 2028년까지 체결하고 첫 대체 잠수함은 2035년까지 인도받는 것이 캐나다 측 목표입니다.
캐나다는 현재 운용 중인 빅토리아급 잠수함을 대체하기 위해 최대 12척 규모의 차세대 잠수함 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캐나다는 대서양과 태평양, 북극해를 모두 마주한 국가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긴 해안선을 보유한 만큼 해양 감시와 북극권 방어 수요가 큽니다.
사업 물량은 최대 12척 규모로 거론됩니다. 한화오션은 캐나다에 2035년까지 잠수함 4척을 우선 인도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업 규모는 120억 달러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실제 계약 금액은 최종 도입 척수와 정비·훈련·부품 공급, 현지 산업협력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한화오션 잠수함. 한화오션 제공이번 수주전은 한화오션 한 회사의 사업을 넘어 정상 외교까지 가동된 국가 차원의 프로젝트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월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통화한 데 이어 6월 16일 프랑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다시 양자 회담을 갖고 방산과 공급망 협력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도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올해 1월과 5월 말 두 차례 캐나다를 찾았습니다. 최근 방문에서는 캐나다 총리 비서실장 등 현지 정·관계 인사들을 만나 한국 잠수함의 성능과 산업협력 효과를 설명하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요청했습니다.
방위사업청도 지난 2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원팀에 대한 정부 지원과 산업협력 이행 의지를 담은 확약서를 체결했습니다. 정부가 정상 외교와 특사 파견, 산업협력 지원을 함께 가동한 것은 이번 사업이 단순한 잠수함 수출을 넘어 양국 간 안보·경제·공급망 협력을 묶는 국가적 사업으로 다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필리조선소. 한화오션 제공한화오션이 제안하는 모델은 장보고-Ⅲ 배치-Ⅱ 기반의 캐나다형 잠수함입니다. 3000t급 잠수함으로 장거리 작전과 장시간 잠항 능력, 수직발사체계 등을 갖춘 모델입니다. 한화오션은 캐나다가 요구하는 장거리 작전과 북극권 운용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 해군의 도산안창호함이 캐나다에 입항한 것도 막판 수주전에서 중요한 장면이 됐습니다. 한화오션이 건조한 도산안창호함은 지난 3월 25일 진해 해군기지를 출항해 괌과 하와이를 거쳐 5월 23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에스퀴몰트항에 입항했습니다.
도산안창호함은 한화오션이 캐나다에 제안한 장보고-Ⅲ 배치-Ⅱ 잠수함의 전신인 배치-Ⅰ 모델입니다. 약 1만4000㎞에 이르는 태평양 횡단을 통해 장거리 운용 능력을 현지에서 보여줬습니다.경쟁 상대인 TKMS는 유럽 잠수함 시장에서 오랜 경험을 가진 업체입니다. 212CD급 잠수함 등을 앞세우고 있으며 독일과 노르웨이 정부의 지원도 받을 수 있습니다. 반면 한화오션은 빠른 납기와 대형 조선 인프라, 한국 해군의 장보고-Ⅲ 운용 경험, 가격 경쟁력, 현지 산업협력 패키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화오션 무인전력지휘통제함 콘셉트. 한화오션 제공캐나다 사업은 잠수함을 몇 척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장기간의 정비와 부품 공급, 승조원 교육, 현지 일자리와 기술협력까지 포함하는 사업입니다. 수주에 성공하면 한화오션뿐 아니라 국내 조선·기계·전자·소재·방산 업체에도 장기간 일감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상선에서 확보한 이익 기반을 특수선과 해외 방산 사업으로 이어갈 수 있을지가 한화오션의 중장기 평가를 가를 것으로 보입니다. 수주잔고가 실제 이익으로 이어지려면 고선가 선박의 생산 안정성과 원가 관리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특수선 부문에서도 KDDX, 미 해군 MRO, 캐나다 잠수함 사업을 실제 성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설계·건조 능력과 정비 품질, 현지 산업협력 이행 능력을 함께 입증해야 합니다.
한화오션 차세대 쇄빙연구선 조감도. 한화오션 제공
Q&A로 알아본 한화오션의 해양 방산 전략
Q. 한화오션은 왜 해양 방산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나요?
한화오션의 현재 실적 기반은 여전히 상선입니다. LNG운반선과 초대형 원유운반선, 해상풍력발전기 설치선 등이 매출과 영업이익을 만드는 주력 사업입니다. 다만 한화그룹 편입 이후에는 함정과 잠수함, MRO 사업을 키우며 해양 방산 계열사로 역할을 넓히고 있습니다.
Q. KDDX 제안서 평가 1위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KDDX는 6000t급 한국형 차기 구축함 6척을 국내 기술로 확보하는 총사업비 약 7조8000억 원 규모의 사업입니다. 한화오션은 제안서 평가에서 최종점수 93.9542점을 받아 HD현대중공업을 앞섰습니다. 기본설계 수행사와 기술평가에서 근소한 차이로 경쟁했다는 점은 한화오션의 수상함 설계·건조 역량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Q. 캐나다 잠수함 사업이 국가적 수주전으로 꼽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는 최대 12척의 잠수함 건조뿐 아니라 수십 년간 이어질 유지·보수·정비, 승조원 교육, 부품 공급과 현지 산업협력까지 포함하는 대형 사업입니다. 정부가 정상 외교와 특사 파견을 통해 수주 지원에 나선 것도 이 때문입니다.
Q. 한화오션의 해양 방산 사업에서 가장 큰 과제는 무엇인가요?
상선 부문에서는 수주잔고를 실제 이익으로 연결하는 수익성 관리가 중요합니다. 특수선 부문에서는 KDDX와 미 해군 MRO, 캐나다 잠수함 사업을 실제 성과로 만드는 수행능력이 필요합니다. 기술력과 납기, 정비 품질, 현지 산업협력 이행 능력이 함께 검증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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